어제 오후

" 오늘 여기서 저녁 먹구 들어갈까? " 란 문자가 신랑에게서 왔다.

다른 회사를 다니기 시작 한 이후 처음 먼저 저녁을 먹고 들어가자는 말 을 한것..

물론 나만 기억하는 것일테지만..

마치 리포트를 미처 다 쓰지못해 안절부절해있는 찰나

휴강소식을 들은 대학생의 마음을 빗대어 볼까.

아니면,

갖고 싶은 선물이 있는데 차마 말하지 못하고 미적거리다 받은,

그 갖고 싶은 선물을 받은 마음을 빗대어 볼까.

 

정작 본인은 내가 그 문자에 얼마나 설레어 하고 행복을 느꼈는지 몰랐다 하더라.

 

처음의 그 설렘은 지금 찾을 수 없을만큼 다른 형태로 변형되고 변색되었지만,

그와 나의 가장 기본적인 관계는 바로... 사랑이었음을...

나는 어제 또 비로소 깨닫고 감격하였고, 또...감사했다.

 

오늘...

이 치료를 한 부분이 좀 문제가 있는듯 하여 오후 나절 치과에 들렀는데,

그리 큰 문제는 아니라며 진료비도 받지 않고 가라고 했다.

약간 신경은 쓰이지만, 진료비도 안 받는 치과를 다님에 혼자 마음이 뿌듯하더라.

흔히 치과는.. 바가지 씌우는 곳으로 인식된 곳이 아니던가..

회사로 다시 돌아오는 길 제과점에 들러 마늘빵과 찹쌀도너츠를 샀다.

찹쌀 도너츠 하나를 입에 베어무니 기름이 약간 비릿하게 스며나왔고, 그 후 단팥맛이 났다.

순간 기억은 3년전 어느 날 저녁으로 껑충..

예서를 품고 있을때.. 추운 겨울 저녁을 먹고 둘이 산책을 한다며,

산책할 곳도 딱히 없는 신도림의 대로변을 거닐었다.

형제가 운영하는 만두와 도너츠가게를 배회하며,

먹을까 말까를 여러번 고민끝에..

방금 기름속에서 꺼내어 설탕을 아낌없이 뿌려준 찹쌀도너츠를 호호 불어가며 먹던 기억이 났다.

행여 뜨거울까... 호호 불어주던.. 신랑..

그걸 보며 마음은 훈훈하니 좋았는데 침뱉지 말고 당장 내놓으라는 농을 건네며 뺏아

한입 베어먹으며 행복해 하던...

그 날의 추억....

 

내가 나중 늙어,

내 손주의 작은 손을 잡고 이끌며 추운 날 거리를 걸을 때.

내 자식의 큰 손을 잡고 의지하며 추운 날 거리를 걸을 때.

내 젊은 시절의 행복을 생각하면 떠오를 그 광경..

 

그 때의 나는 행복했었노라.

그 행복을 준 예서와 신랑 그리고 나...

또 그 행복을 일깨워준 우리 고동이에게 고마워 하리라..

 

그런 일상의 소소한 행복을 갖게 해준 우리 신랑 그리고.. 딸들.. 예서... 그리고 고동이..

고맙습니다.

 

이렇게 한해 한해 겹겹이 일상의 행복이 덧대어지고

내 인생은 그런 일상의 행복과 크고 작은 일들로 채워지고 있다.....

 

부디..

앞으로도 혹독한 인생은 없었으면..

나, 신랑..그리고 우리 딸들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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