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래저래 다 생각을 해보았는데,

나는 지금 임산부 우울증을 겪고 있는 것 같다.


일단, 예서때와는 다른 점이.

내가 신경을 써야 하는 사람이 예서의 경우 아가 였던 예서 하나였다면,

지금은, 시부모님, 예서, 그리고 고동이..

고동이에게 관심을 두지 못하면 그만큼 마음이 힘들고,

또 예서가 떼를 부리면 그걸 예전처럼 다 받아주지 못해서 그것도 마음이 힘들고,


신랑,

예서때는 신랑이랑 같은 회사에 다니고 있어서

외로울 겨를이 사실상 없었다.

그 회사에는 친한 사람도 많았고, 사람자체도 많았고,

지금 회사는 옮긴지 얼마 안되서 그렇치도 않고,

신랑은 너무 늦게 퇴근하고,

저녁에 가면 예서 마음 받아주기 바쁘고,

정작 내마음을 풀수 있는 곳이 없어서..일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신랑도 마음의 여유가 없는지 고동이에 대한 말을 한번도 안하고 지나가는 날이 많다.

그게 섭섭할때가 있다.


시댁,

몇달동안 시댁에 안좋은 일이 있다.

아침에 일어나 시엄마 눈치를 살피며 밥을 먹고 퇴근하면 또 눈치를 살핀다.

내가 임신해서 입덧할때부터 시작된 그 안좋은일..

나도 좀 지친다.... 

호르몬때문인지 이런저런 상념만 더 생기고,

걍... 누군가의 눈치를 계속 살펴야한다는 것이 부담스럽다.


인간관계,

몇년동안 참 친했었던 사람과 사이가 틀어졌다.

입덧도 있었고 시댁 안좋은 일도 있었고, 아무튼.. 겹겹히 힘든 일이 있었는데,

그일까지 찾아와서 한 몇달 마음앓이를 했다.

걍...나를 내버려두면 좋겠다란 생각이 든다.

버겁다... 나는 조금..


육아..

하루하루 크고 이쁜 예서를 볼때마다,

나는 두렵다. 내년이..

둘째를 어떻게 키울것인가...

예서때는 막연히 방법이 있겠지란 생각을 했었지만,

막상 정말 힘겨웠던 몇년의 시간을 보내고 난 후여서 인지,

나는 너무 두렵다.

둘째까지 있는 그 상황이..

내가 잘 견딜 수 있을까?

신랑이 매번 이렇게 늦는데... 나혼자... 회사를 다니며 감당할 수 있을까..?

두렵다.


누군가와 만나서 이야기를 하며 마음을 풀고 싶은데,

막상 찾아보면 마음 통할 사람이 없다.

그나마 있던 마음 통할 사람들은... 각자의 인생이 너무 바빠 날 돌볼 겨를도 없다.

날 돌봐달라는 의미는 아니지만,

걍..난 요즘 사람이 그립다.


도움이 필요한 때인건 확실하다.


어제는 낮잠을 자지 않아 엄청 떼를 부리는 예서에게 화를 냈다.

나도 놀라고 예서도 놀래 운다.

너무 미안해서 한없이 안고 미안하다고 했다.

자는 애를 안고 미안해하며 아무것도 아닌 드라마를 보고 많이 울고 잤다.

감기기운에 너무 많이 울고 자서인지 눈이 아프다.


어서 이런 무기력한 기분과 짜증과 상념에서 벗어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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