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사랑이 무서운건 바로 이런 것 일거란 생각이 든다.


중, 고등학교 시절. 
서태지음반이 나오는 날이면.
학교 옆 레코드 가게에 저녁을 먹고 한숨에 달려 방금 나온 새앨범을 샀었다.
한번은 내가 반에서 처음 음반을 사게 되어
교실에 있는 카세트로 틀어놓았는데
그의 음악세계가 너무 심오해서 이해 할 수가 없었다.
( 물론 대부분을 이해못했을테지만 ) 
이번음반은 무척이나 실험적이라며 돌아가며 이야기를 했는데
그 테이프는 이미 늘어나져 있는 불량이었었다.

첫 덕후 인생을 걷게 했던 서태지.
신승훈파와 서태지파가
농구의 연대 고대파 나뉘듯 서로 자기 오빠들이 잘났다고 설전을 벌였으며
( 그 때 유일하게 김원준을 좋아하던 아이가 하나 있었더랬지..ㅋㅋㅋㅋ) 
누가 볼까 수줍게 서태지가 그려진 편지지를 사서
애써 많이 좋아하지 않은 척 팬레터도 적어 보내기도 했었다.

그래서 일까.
아이유 버전의 소격동을 들을때만해도
이지아와의 엮인 일화들
이은성과의 결혼에 깔린 소음으로
무심히 들었건만
서태지버전의 소격동을 듣는순간
나도 모르게 마음이 동한다.
어린시절에 그토록 좋아했던 그 목소리를 듣고...

첫사랑이 무서운건 바로 그런 것 ..
순수했던 시절 진심으로 좋아했던 것들은 
잊었던 것일 뿐 잊혀지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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