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성마을/DayDream 2015. 3. 27. 16:37



엄마는 같이 길을 걸을 때면 나한테 이렇게 말을 걸곤 했다.
" 자영아~ 이것좀 봐라.. 깔깔깔... 째깐한 꽃이 폈네...
  아... 이게 바로 아카시아 향이야... 좋치? "  
 
그 시절 나는 꽃이 이쁜것도 몰랐고 아카시아 향이 좋은지도 몰랐다.
소란스레 길거리에서 나에게 환한 표정으로 나에게 말을 건네는 엄마가
호돌갑스럽게도 보여서 같이 길을 가던 아빠와 눈을 흘기거나 작은오빠와 놀리기도 했었다.  
 
어린시절 꽃이 필때면 알레르기가 있었다.
꽃가루 알레르기로 기억하는데 단편적으로 떠오르는 감각은 귀찮게 간지럽거나 재채기
그리고 내 기억엔 꽃을 보러 놀러간 기억이 많치 않았으니 꽃 자체에 대한 감정은 사소했다. 
 
중학시절 아빠와 새벽이면 집 뒤의 산을 탔다. 
허리수술 결과가 좋치 않았고 응급차에 실려 병원에 갔던 아빠는 한참만에 돌아왔고
끊어진 기억다음의 기억은 아빠와의 새벽 산행이다.
새벽 공기가 차서 싫었고 어둑한 산의 이미지가 무서워 자는척을 해도
새벽녘 아빠의 그림자가 양말을 신고 있는것을 감각으로 느낄때쯤 
아빠가 이름을 불러 깨우시면 대견하게도 잘 일어나 산에 갔다. 
 
그 때 아빠와 일정거리를 두고 걸으며 맡았던 습한 흙의 냄새.
계절이 바뀌면서 변하는 자연을 잠이 덜 깬 내가 걷고 느끼며 나도 모르게 산을 좋아하게 되었던 것 같다. 
 
꽃을 좋아하는 엄마는 마당에 여러 꽃들을 키웠고
아빠는 마음에 드는 꽃을 사다 집에 던져두셨다.
( 던져두었다라고 표현하는 건 키우는건 모두 엄마의 몫이었으므로..) 
 
나이가 들고
계절에 따라 주변이 급격히 변하는 것을 체감하는 때가 되니
집에 키우던 천리향이 꽃을 피워 공기의 흐름에 향을 전하면 그게 좋아 더 느끼려 크게 숨을 쉬게 변했고
새싹을 보면 나도 모르게 엄마마냥 호돌갑스러운 깔깔거림이 입에서 튀어나왔으며
길을 가는 예서와 율이를 세워 이것좀 보라고 이쁘지 않냐며 내 감정을 이입하려 한다. 
 
예서와 율이 조금 더 크면 그런 나를 보며 눈을 흘기며 놀릴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더 훗날 나처럼 꽃향과 꽃몽울에 환호하게 되게 될거라고 생각한다.  
 
오늘은 머리에 장미향향수를 뿌렸다.
날씨만큼 몽롱해서 기분이 좋다. 
 
봄이다.
좋은 일만 있었으면 좋겠다.
봄처럼... 이쁜 꽃과 귀여운 새싹마냥 이쁘고 설레고 좋은일만 가득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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