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젠 이 드라마를 보내야겠다.

한번도 의심하지 않았다.

끝내주는 결말이 될거라는 걸..

아쉽고 안타까운 마음이 회가 갈수록 더해갔고, 

조마조마했지만, 


희태와 일리는 다시 같이 살기 시작했고, 

준이는 떠났다.

떠났지만 사람들 속으로 들어갔고

밀어냈던 엄마를 품기로 다짐했다.


일리와 준이 사랑을 그려주었다. 

일리는 가족이란 족쇄 아닌 족쇄같은 울타리를 벗어나지 못했으며, 

준이는 그 가족이란 낯선 공기에 겁을 내었고

일리를 잃을까 폭주했다.


그 집에 가 난동을 부렸으며

가족에게 넌덜머리가 난 일리에게 가족이 되어달라 요구했으며

일리를 그냥 그렇게 데리고 떠나려고 했다.

그러다 그냥... 준이는 일리를 떠나려고 했다.


일리는 숨이 막혔다.

안주가 되어주기로 한, 

시가 되어주기로 한, 

평생 지켜주기로 했던 

세상 전부였던 남편을 속이고

그 남편을 등졌고 그 남편에게 버림받고 상처를 받고, 

그러면서도 희태가 혹 세상에서 없어질까 두려워 숨이 막혔다.

처음엔 호기심이었을 그 감정에

한바탕 난리가 났고

뭐가 자기 마음인지 정확하게 알지도 못했는데

떠난 다는 준이의 말을 듣고 

자기가 무슨 짓을 한건지 이제야 정신이 들었을 것이다.

숨이 막혀 쌕쌕 거리던 일리는 쓰러졌고

그렇게 며칠을 잠만 잤다.


희수는 떠났다.

7년간 그렇게 붙들고 있던 세상을

소풍가듯 떠났다.

일리 대신 가기라도 하듯

일리의 짐이자 소울메이트였던 모순적이던 희수는 

그렇게 떠났고

일리는 깨어났다.


그리고 잠결에 본 준이를 희태로 착각한다.

준이는 그때 결심했을 것이다.

나는... 희태와 일리의 사랑에 잠시 스쳐지나가는 사람이었다는 것을..

그리고 공방에 가 세워져있던 차가운 나무를 만지며 생각했을 것이다.

내 손은 이리 뜨거운데, 

그냥 너를 만지고 살아야겠다고.


아.. 모르겠다. 

이해하고 싶지가 않다.

뜬금없이 19회 마지막 희태의 감정이 설렘이 되었는지.

일리는 미안하지 않는다는 희태의 말에 된장찌개를 끓여주며 다시 살기로 결심을 했는지.

준이가 만들어준 의자에 앉아 너무 편안해하는 일리의 표정.


희태와 일리의 열렬한 사랑에 대한 서술이 너무 빈약했고, 

준이의 캐릭터만 너무 일방적으로 멋졌다.

일리는 그렇게 사랑스럽지 않았으며

희태는 마지막까지 찌질했다.


사랑은 교통사고같은거라고 생각했다.

배우자가 있음에도 다른 이성이 눈에 들어오는것은 

한때의 쾌락을 얻고자 함이 아닌..

그저 교통사고 같은거라고..


내가 조심한다고, 남이 조심한다고 피할 수 있는 것이 아닌 교통사고 같은거.



희태와 일리가 다시 행복해질거란걸 알고 있었음에도

준이의 마음이 아까와서 그게 당연해보이지 않았다.


일리있는 사랑이 가지고 있던 장점은 너무 많았다.

영상도 좋았고 음악도 좋았고 대사도 좋았고 캐릭터들도 다 좋았다.

특히 희수의 장면은 참 세련세련..

그럼에도 가장 결정적으로 주인공들의 사랑에 대한 공감이 없었으니.

무한 애정을 갖고 있던 나로써는 안타까움 그 자체..


아무튼

준이가 내내 마음에 걸리던 통에

미공개 영상의 준이를 보았다.

누군가를 찾고 있다 화면이 바뀌어 설렌 표정 잔뜩하고 같이 걸어가는 1분 28초짜리 영상.

준이가 행복하게 되어 너무 다행이라 생각을 하면서도 

연신.... 결말은...짜증.-_-;


스토리가 문제가 아니고, 

좀더 희태와 일리의 사랑이 부각되었더라면 ...이란 아쉬움일까?

아무튼..아쉽고 또 아쉽다. 





AND


몰아서 드라마를 보고 깊숙한 감정이입을 통해 

에너지 과잉상태에 빠지곤 한다.


어떨때, 에너지가 과잉..

그 에너지가 자기연민이든, 자기애든, 자기비하든,

어떤 에너지가 나를 채워 흐를때

다른쪽으로 쏟기 위해 여러시도를 하곤..

그리고 그 시도중 하나인 드라마보기..

그런데 에너지 과잉을 피해 또다시 에너지 과잉을 얹..-_-;;

에너지계의 창조경제다. 


아..피폐해진 내 생활이여... 


아무튼.. 몰아서 보고 는 일리있는 사랑.

드디어 어제는 본방사수..15회..

아이들을 재우고 슬그머니 이불속에서 빠져나와 

스포일러라고는 예고가 전부인 15회를 본방사수 했다.


준이와 일리의 데이트가 있었다.

둘다 처음해보는..

연애시대에서도 좋았던 것 점은 바로 나레이션, 대사 부분이다.

일리있는 사랑의 경우 희태의 나레이션이 주를 이루지만, 

장면에 주인공들의 담백한 대사가 좋다.


일리가 준이와 함께 민박집에서 손을 잡고 잡으면서 하는 말

' 이런거 해보고 싶었어요 '

그 다음 준이 대사가 너무 설레고 좋았다.

' 나도 해보고 싶었어요. 기다려주는거. '


일리 있는 사랑에서 일리의 사랑스러움이 포텐을 빵빵 터트리며

일리를 옹호하는 사람은 많치 않다.

다만, 준이가 너무 어른스럽고 매력적으로 김여사를 보호해주고 있으며,

어른의 생각으로 소년의 감성으로 사랑을 하고 있다. 


단 둘이... 손만 잡고 잔다는게...지금...말이 되? 

하지만 말이되... 그 자체만으로도 충분히 설레고 애틋하니까.

몇몇은 드라마라 조롱할지 모르겠지만

여자들의 환상중 하나는 바로 나를 지켜주는 남자의 기다림이 있으니까.

준이는.. 그걸 훌륭하게 보여주고 있다.

그 어리숙함과 어리숙함 속의 성숙함으로..


희태는.. 일리 없는 일상에서 인생을 살아가고 있다.

엄마의 치매, 동생의 병간호, 철없는 아버지와 동생의 중재.

희태가 회사에 있는 동안 일리가 감당했던 일상들이다.


그 일상속에서 세탁기위에 놓인 소주를 보고 일리의 삶을 잠시 생각해본다.

그간..나는 일리를 이해하려 노력했던가...

희태입장에서는 억울할 수 있겠지만..


나는 장박사가 맘에 들지 않는다.

장박사를 연기하는 엄태웅이 무척이나 연기를 잘한다고 하더라도

장박사와 일리가 결국엔 이어질거라 예상을 함에도 불구하고

시놉에서도 부부의 성장 드라마라고 하지 않았던가... 

시놉에서도 준이의 사랑의 성장통이라고 하지 않았던가..


준에게 너무 멋진 모습을 몰아줘서 그럴까?


화장대를 선물하고 싶다는 장박사보다

지쳐있는 일리에게 의자가 되고 싶었던 준이의 마음이

지금은 훨씬더 타당성이 있어 보여 그러하겠지.


준이를 연기하는 이수혁이

삐쩍꼴아 게슴치레 카메라를 봐라보던 그 말라깽이 모델에서

얼굴에 살이 붙고 쳐다보는 눈에 힘이 빠지고, 

몸에 근육이 붙어 배우가 되어 그것도 무척 잘생기고 아우라가 좋은 

연기를 해서...준이가 좋은걸까?


이수혁이 연기를 아주 잘하는건지는 모르겠다.

그래도 이수혁이 연기하는 준이는 참 이쁘다.

이쁘게 잘컸고 이쁘게 잘 보여주고 있다.

그 눈...


이수혁에 꽂혀.. ( 아..나보다 몇살이나 어린거냐.. ) 

디씨인싸이트를 뒤지고 

인스타그램을 팔로우 하고

각종 보도 자료와 기사를 털고

그 전작이 보고 싶어 고교처세왕까지 보기 시작..


아... 

나는... 준이를 좋아하는거구나.;;

연기가 많이 늘었구나..

그리고 이하나...그 독보적인 여자 연기자가..

부디 천천히 늙기를 소망하고 있다.


16회 예고는

일리가 다시 집으로 들어가는 것을 보여준다.

짧은 예고편에서 준의 대사가 가슴에 꽂혔다

" 싫어 가지마 "

버림받은 아이.

다시는 버림받고 싶지 않은 아이.


그 말이 짧지만 너무 강해서

15회를 보고 고교처세왕을 2개나 더 보고 새벽에 누웠지만.

드라마가 뭐라고

왜 나는 이렇게 감정이입을 과하게 해서 

이토록 마음이 아픈건지 모르겠다.

" 싫어 가지마 "

아이같은 그 투정에

하루 종일 마음이 아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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